본문 바로가기
나를위한투자/해외여행

[페루] 우만따이 호수 트레킹 중 낙마하여 병원행(메디컬 쿠스코)

by 나는낭구 2022. 5. 18.
반응형

오늘은 우만따이 호수 트레킹 시작 30분 만에 낙마해서 병원에 실려간 이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우만따이 호수(Humantay Lake)안데스 산맥을 덮고 있는 만년설과 에메랄드 빛 호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장소해발 4,200m에 위치합니다. 베이스캠프(해발 3,800m)에서 왕복 3시간 정도 걷는 코스이며, 쿠스코에서 차량으로 2시간 30분만 이동하면 되기에 당일 투어로 많이 방문하세요.

지난 포스팅에서는 우만따이 호수 트레킹 예약방법과 주의사항을 알려드렸으니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글을 참고하여 주세요.

[페루] 우만따이 호수 트레킹(쿠스코 근교 여행, 낙마 사고, 메디컬 쿠스코)

쿠스코 여행 4일 차이자 마지막 날! 저는 우만따이 호수 투어를 했습니다. 우만따이 호수 트레킹 중 낙마 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가는 아찔한 경험을 했는데 지금부터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ng-betterlife.tistory.com


트레킹 입구에서 30분 정도 올라가면 베이스캠프가 나오고 그곳에는 식당과 의무실 등이 있었습니다.

▶ 베이스캠프 도착 직전에 낙마 사고
고산병 증상이 있던 언니는 말을 타고 올라가다 가방을 벗기 위해 안장에서 손을 잠깐 놓았습니다. 그때 말이 갑자기 왼쪽으로 돌면서 언니의 엉덩이부터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습니다.
불행 중 다행은 말에 밟히거나 머리가 다치지 않았다는... 언니에게 나중에 들었는데 "말에서 떨어지는 순간 숨이 안 쉬어져서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고 합니다.

언니는 전혀 움직이지 못했고 가이드분이 들것을 가져와 베이스캠프에 있는 의무실까지 왔습니다. 의무실에서 진통제와 수액을 연결해줬는데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골반이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이 있어서 엠뷸런스를 불러달라고 했어요.
워낙 외진 곳이라 오는데 3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했고, 다른 방법이 없으니 저희는 투어를 포기하고 구급차를 기다렸습니다.

그 와중에 마부는 아픈 사람 앞에서 말 타는 비용 환불해주겠다고 알짱대고... 사람 다친 건 안중에도 없는 태도도 짜증 나고 환불받으면 입 싹 닦을 것 같아서 안 받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거라도 받을 걸 후회됩니다.

오후 1시 30분쯤 일행들이 투어를 마치고 돌아왔고 가이드가 언니 상태를 보러 왔습니다. 구급차가 언제 오는지 다시 물어봤는데 시간 지나면 상태가 괜찮아질 줄 알고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더라고요. 뭐라고? 저는 너무 화가 나서 소리 지르면서 싸웠어요.

▶ 가이드가 그제야 제안한 내용은
① 엠뷸런스 포함한 이동 비용은 여행사에서 낼 테니 병원비는 여행자보험에서 커버해라.
② 엠뷸런스 오는 시간이 있으니 SUV로 이동하다가 중간에서 만나자.
(원래 가이드가 영어를 못해서 다른 분이 통역해줬습니다. 분명 예약할 때는 영어 가능 가이드라고 했는데...)

저는 바로 승낙했고, 그렇게 쿠스코 시내로 이동합니다. SUV로 이동할 때는 의무실 직원 분이 동행했고, 엠뷸런스로 갈아탄 이후에는 병원 직원으로 보이는 분과 저희끼리만 왔습니다. 여행사에서는 신경 써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여행사에서는 엠뷸런스 비용도 내지 않았습니다. 파비앙 여행사에서는 가이드랑 직접 얘기하라고 영어도 못하는 가이드 연락처를 넘겨주고는 쏙 빠졌어요.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엠뷸런스 비용 안 낼 생각이었으면 왜 처음부터 엠뷸런스를 안 부르고 시간을 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쿠스코에 도착하고 저는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열악한 의료 수준을 확인합니다. 조그만 가게 같은 데서 엑스레이를 찍은 뒤 엑스레이 필름을 들고 메디컬 쿠스코라는 병원까지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메디컬 쿠스코는 전문의가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의가 진료를 보고 다른 의사를 불러오는 구조라서 의사 기다리는데만 1~2시간이 또 걸렸습니다. 그런데 스페셜리스트라는 의사도 우리나라 레지던트 1~2년 차 수준인 것 같습니다.

▶ 퇴원 결정 : 처음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더니 나중에 엑스레이 필름을 보여주며 골반뼈가 골절된 것 같으니 정밀검사를 하지 않겠냐고 물어봤습니다. 결정을 못하겠어서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는데 추가 검사를 한들 그 결과를 믿을 수 있냐고 하고, 언니도 병원에서 해주는 것도 없는데 그냥 숙소 가서 쉬고 싶다고 해서 엠뷸런스 타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저녁 9시쯤 숙소에 도착한 것 같고, 방문간호사가 다음날까지 2~3번 정도 숙소로 방문해서 수액 갈아줬습니다.

여행자보험 청구 서류

▶ 병원비 : 다음날 신용카드로 병원비를 결제하고 여행자보험을 청구하기 위한 서류들을 챙겼습니다. 병원비는 250만 원 정도가 나왔는데 절반이 엠뷸런스 비용이었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산악지형이라 비용이 추가됐다고 합니다. 다행히 모든 금액은 여행자 보험에 가입한 덕분에 되돌려 받을 수 있었습니다.

▶ 보험서류 : 메디컬 쿠스코는 여행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병원이라 통역과 보험 서류만 챙겨주는 혼혈 직원이 있습니다. 퇴원할 때 필요한 서류를 말하면 숙소로 가져다 주고 확인 후 병원비를 결제하면 됩니다. 그리고 혹시 빠진 서류가 있으면 연락하라고 이메일 주소까지 알려주니 서류 챙기는 건 크게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 보험사에서 병원으로 직접 병원비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시차 때문인지 보험사와 연락이 안 돼서 결제 후 나중에 되돌려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날 처음 알게 됐는데 페루는 얼음을 사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예 얼음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병원에서 엉덩이에 대고 있게 아이스팩을 달라고 했는데 못 알아듣더라고요. 제 발음이 안 좋은가 해서 아이 씨 이 아이스팩 이렇게 반복해서 말하니 잠시 고민하더니 얼음이 없다고 합니다. 병원에 얼음이 없다니...
그리고 맥도날드에서도 콜라에 얼음 안 넣어줘요.

오늘은 우만따이 호수 트레킹 중 낙마 사고로 메디컬 쿠스코에 입원했던 이야기를 적어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후 일정을 포기하고 리마로 돌아간 이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반응형